books 2008. 5. 18. 20:31

가슴이 발랑발랑(Persuasion, Jane Austen)


지난 주말 친구집에서 빌려왔더랬습니다. 읽는 동안 가슴이 발랑발랑 거립니다. 책을 대하는 것조차 설레이던 게 얼마만이던가요? 예..저는 천성이 책을 좋아하나봅니다. 누구나 그렇듯 사랑할만한 책을 접하게 될때의 그 '발랑거림'은 정말이지 기막히게 소중한 느낌이지 않습니까? 원래 읽고자 했던 책이기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 앞 몇페이지를 넘기게 되면서 저절로 사랑에 빠져들게 만드는 그런 책은 자주 만나는 게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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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그렇습니다.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유작 '설득, Persuasion'  입니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한장한장 진행되는 이야기들이, 그 안타깝고 절절한 심정들에 대한 묘사들이 벌써 아까워 죽겠습니다. 그래서 진짜 아끼고 아끼며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이 책 여유있게 보려고 이번 주말에 서울에 안갔다고 한대도 가히 과장은 아닌 듯 스스로 여겨질 정도랍니다.
 
(이글을 쓰는 이순간에도 안토를 못자게 하려 안방 침대에서 안토를 끌고 나왔습니다. 안토가 졸리고 피곤해서 어지러워 죽을라고 합니다. 갑자기 '설득' 책 얘기하다말고 이 이야기가 왜 튀어나오는 지 궁금하신 분들은 이전 포스트를 읽어보시면 됩니다)

자...이제 저 펼쳐진 페이지가 어떤 건지 말씀드립니다. 책을 읽던 초반에 그만 저를 제대로 멈추게 만든 페이지입니다. 얼마 안있어 곧 웬트워스를 8년만에 맞딱드릴 수 밖에 없게 된 앤의 독백이어요. 에고..조마조마하고 서글프기 그지없고...이 이후에도 그녀의 아픈 심정이 줄줄 나오겠지요.(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참내 안쓰럽고 기막힙니다. 대~략 넘어 갈 수가 없어요. 오스틴이 얼마나 글을 잘쓰는 사람이던가요? 게다가 최근(? 작년)에 본 샐리 호킨스 주연의 ITV '설득'이 새삼새삼 떠오릅니다. 샐리호킨스는 정말 '앤' 빙의 캐릭터입니다. 그 초라함, 안절부절, 청승스러움과 따뜻한 마음,지성,우아함의 기묘한 공존이라니 말이죠. 호호)

하여간 오늘 새벽에 일어나서 그 페이지를 찍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