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아래 지옥이 열리는 걸 알았어요.

 

아름답다

이 말은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꼭 날아오르려고 날개를 펴는 한 마리 새처럼
그녀가 몸을 드러내 보이며 춤을 출 때, 
그 때, 나는 내 발 밑에서 지옥이 열리는 것을 느낍니다

내눈이 이미 그녀의 집시치마 속을 만지고 있는 데
드리는 기도가 더 이상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노트르담이여!(성모여)
 
그녀에게 돌을 첫번째로 던질 사람이 누구인가요?
그 사람은 이 땅에 살 자격이 없습니다

오, 루시퍼여! 단 한 번만이라도
내 손가락들이 에스메랄다의 머리칼을 스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애끓고 격렬한 (짝)사랑의 감정을, 이보다 더 문학적으로 잘 표현한 가사가 있을까?

죽네 사네...너없으면 난 끝이네...뭐 그런 가사야 여기저기 널리고 널렸지만....
노틀담 드 파리의 가사들은 '빅톨 위고'의 원전을 기본으로해서
뤽 플라몽동이 재창작한 '시詩'와 같은 가사들로 가득히 채워져있다.

 

이 뮤지컬을 통해 불어권의 대스타로 거듭난 가수도 많았고, 또 그만큼들 대단했었고
음악도 워낙 좋았고, 그 기발한(의외로 기막히게 창의적이다)무대와 연출들도 매우 훌륭하고
영미권의 뮤지컬들과는 달리, 되려 유럽 오페라의 전통을 고대로 전승한 부분도 특이하고
(노래는 현대적이지만 이 뮤지컬은 아주 약간의 레스터티브만 존재하고 온통 아리아 및 연주로 채워져있다)  
하여간 워낙 모든 부분부분이 온통,죄~~다~~잘 만든, 두고두고 뮤지컬계의 명작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뮤지컬을 그리 많이 좋아하질 못하는...(그게 뭘 본대두 그 돈주고 볼만한 수준은 못된다고 늘 생각함...)
천성적으로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에는 전혀 취향이 없는 내게
이 작품만은 무조건적인 "예외"가 된 절대적인 이유가...바로 저 뤽 플라몽동의 가사들이었다.

당시 오리지널 캐스트들인 가수들이 워낙 노래들도 잘하고 혼신의 연기들을 했다지만
(죄다 무명급?에 가까운 '가수'들이었단 말. 이들은 대개는 뮤지컬배우라던가 배우출신들이 전혀 아니다)
그들이 꽤 연기를 잘 할수 있게 된 원동력도 내 추측엔 '가사들' 때문이라고 본다.
가사들이 워낙 글로 읽어도 감동적이거나 폐부를 찔러대 기막힌 데, 게다가 말들에 리듬까정!! 
직업가수들이야 당연히 가사에 몰입하고 더 감동하고 더 잘 이해하고, 그러면서 더욱 놀랍게 발산해낼수 있기 마련아닌가? 

워낙 문학적 향기가 충만하고, 옛시들처럼 운율(각운?)을 죄다 맞추고 있다.
(영어가사로만 번역해도 그 맛이 현저히 떨어져, 그저그런 예쁜 발라드넘버 수준, 즉 '멜로디'만 남는 노래가 되어버린다
영어버전을 찾아서 함 들어보시라....진짜 깬다. 영어모르고, 불어모르고 오로지 한국어만 아는 사람도 '깬다'는 느낌은 누구나 받을게다)

게다가 디비디 발매전에 암암리에 돌았던 직역판 자막화일을 보면, 가사또한 이게 우리가 흔히 상상할수 있는 노랫말이 결코 아니다. '신은 레이스속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것'이더냐? 라던가 '내눈이 그녀의 치마속을 더듬고 있다'는 표현이라던지...사실 이런건 진짜 새발의 피에 불과한 예시일 뿐이고...그 모든 가사들이 이런 '비유'와 '은유' '상징'등으로 점철되어있다.

세종문화회관서 내한공연당시 나의 어머니는 좌석앞에 자막기에서 거의 눈을 떼시지 못했는 데, 가사들만으로도 기가막히고 감동적이었다고 하셨었다.(근데 자막 질은 실은 그다지 좋진 못했었다. 완전 직역+압축이었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막힌 묘미들은 가히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그런 가사들인게다!)

아~ 이 뮤지컬영상을 옛날에 지인덕에 첨 접했을때...나의 단발마가 이거였다!!
'와~ 프랑스가 진짜 선진국, 문화의 진짜 최고 선진국이 맞구나 ! 어휴!' 

..................

다 필요없다...나를 완전히 강펀치로 날려버렸던 저 한줄!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자신의 발 아래 지옥이 열리는 것 같댄다...

저 기막히게 함축된 표현 단 한줄에 콰지모도의 심정(욕망,관능,죄의식 등등)을
가히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한방에 알게해준다. 

발 아래 지옥이 열리는 심정이라...